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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 07: 에르미타주, 상트의 야경, 포베다 항공 본문

여행기록/2018 여행: 러시아 카자흐스탄 유럽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 07: 에르미타주, 상트의 야경, 포베다 항공

Writer Hana 2021. 5. 27.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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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에 원래 2주 머무르려고 했는데 열흘 지난 오늘 갑자기 집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지난 학기에 팀 과제로 제출한 한 과목의 점수가 5.0이 나왔는데 이것은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F, 즉 낙제점을 의미한다. 과제물이 F라고? 제출을 안 한 것도 아니고, 기한을 넘긴 것도 아닌데 F?? 무슨 일이지???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역시나 알고 보니 과제의 수준이 문제가 아니고 우리가 교수님이 의도한 바와 전혀 다른 과제를 제출한 것이 문제였다. 다행히 교수님으로부터 3월 말까지 과제를 다시 제출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여행은 나의 취미 1순위다. 하지만 인생에서 중요한 여러 가지 요소 중 한 가지이고, 유일한 전부는 아니다.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것에 쉽게 마음을 여는 나는 한때 여행이 너무 좋아서 돈만 많다면 평생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한 국가에 1-2년씩 머무르는 여행 생활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나를 잘 안다. 안정된 나의 베이스캠프와 '집'이 있고, 고정적인 나의 본업 무대가 있어야 내가 안심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을 다닐 수 있다. 즉, 나는 떠나도 돌아올 수 있는 안정적인 근본이 있어야 하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지금은 나의 본업인 공부가 먼저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닥쳤는데 한가롭게 상트페테르부르크 구경하고 있기에는 마음이 편하지 않다. 여기에서 노트북으로 작업을 한다 해도 제대로 도서관의 책상에 앉아서 하는 것과는 다르다. 다행히 가장 중요한 목표였던 에르미타주 관람은 거의 마쳤고, 비록 다음 주에 가려했던 여름 궁전과 러시아 박물관은 못 가지만 다음에 또 오면 된다! 독일에서 비행기 타고 3시간이면 올 수 있는 곳인데 뭐.

 

결정을 내리고 비행기 티켓 예매까지 했다. 상황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오후 늦게 호스텔을 나섰다.


 

 

 

이번 2018년 3월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의 마지막 에르미타주 입장권

 

에르미타주는 매주 수요일, 금요일마다 야간 개장을 한다. 저녁에 가니 또 다른 분위기다. 무언가 더 고풍스럽고 우아한 분위기다. 오늘은 에르미타주 본관 0층(우리나라 개념으로는 1층)과 3층(4층)에 다녀왔다. 아시아, 고대 유럽, 고대 러시아 유물 전시관이었는데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지 않아서 두 시간 안에 다 보는데 지장은 없었다.

 

 

 

 

Buddha Sayamuni and Monks from inner Mongolia

 

 

화려한 불화들

 

 

2층에서 아시아관을 짧은 시간 안에 보고 0층으로 내려와 드디어 볼 만한 전시관을 만났다. 고대 그리스 신과 고대 로마 인물들의 조각상. 터키 안탈리아의 고고학 박물관 정도는 아니지만 이 정도면 훌륭하다.

 

 

Jupiter 1st century A.D. from Rome

 

 

 

 

 

Hecate, the Goddess of the Underworld, 1st Century B.C.

 

 

 

 

Tyche, The Goddess of Fortune and Luck, 1st Century A.D. 

 

 

 

 

 

 

 

 

 

에르미타주의 0층과 2층을 다 둘러보고 마지막 전시관인 이집트관! 이곳은 신관 4층과 본관 1층처럼 반드시 봐야 하는 장소 목록에 포함된다.

 

 

 

 

Statue of Queen Cleopatra Ⅶ. by Basalt

인류 역사상 가장 인기 많은 인물 중 하나인 클레오파트라 7세. 당대 최고의 권력을 가진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를 유혹했고, 그 유혹의 힘은 흔히 알듯 외모(조형미)가 아니었다. 클레오파트라보다 예쁜 여자들이 로마에 넘쳐났을 것이다. 여러 책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설명에 따르면 그녀는 뛰어난 정치 감각과 다방면의 지식을 기반으로 한 막힘없는 대화 능력의 소유자였다. 또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를 유혹하는 유명한 일화에서 보면 축제 같은 분위기 조성과 여신 같은 외향 연출 능력의 달인이었던 듯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이집트의 안정과 번영'이라는 명확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시전 한 기술들이었다. 클레오파트라는 비전+기술+매력, 즉 리더가 갖춰야 하는 3대 요소를 모두 갖췄다.

 

클레오파트라 이야기와는 조금 다른 방향이지만 오늘의 결론은 어쨌든 언제나 어디서나 자신감과 유머 감각을 잃지 말자는 것!

 

 

와~ 늦은 시간에 이렇게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구나!

 

 

 

 

에르미타주의 야경

 

 

늦은 밤인데도 광장에 사람들이 많다.

 

 

나폴레옹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기념하기 위한 높이 50m의 알렉산드로프 전승기념비

 

 

밤의 에르미타주는 야경 명소구나!

 

 

에르미타주 남문

 

 

네바 강 위에서 본 페뜨로파블롭스크 요새

네바 강 역시 꽁꽁 얼어서 광장이 되었다. 저 멀리 페뜨로파블롭스크 요새가 보인다.

다음에 오면 꼭 가야지.

 

 

궁전다리


 

꽁꽁 얼어붙은 네바 강 위에서 찍은 에르미타주인데 여름에 와서 유람선 타고 둘러보면 정말 멋지겠다

 

 

구 해군성

 

 

마뜨료시카

상점에서 예쁜 5단 마트료시카도 하나 구입했다.

 

 

카잔 성당

 

 

 

 

피의 구세주 성당

공식 명칭은 그리스도 부활 성당이고, 1881년 차르 알렉산드르 2세가 테러로 이곳에서 암살되었다. 그래서 '피'는 알렉산드르 2세의 피를 의미한다고 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전체적으로 러시아가 아닌 유럽의 한 도시 같은 느낌이지만 이 성당만큼은 러시아 정교회 양식으로 지어져 러시아다운 느낌을 주는 건축물이다. 

 

 

 

 

너무 아름다운 상트페테르부르크. 다시 와야지!

호스텔에 돌아와 씻고 어느 정도 짐 정리했다.

 

 


 

다음 날 새벽 일찍 집으로 출발!

 

지난밤에 세 시간밖에 못 잤다. 5시 20분에 일어나려고 알람을 맞췄는데 4시 50분에 잠에서 깨서 5시에 일어나 씻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메트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공항 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공항에서 시내에 갔던 그 길 그대로 되돌아오면 되고 메트로 역 승강장부터 역사 바깥에도 이렇게 공항버스 타러 가는 길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풀코보 공항

이른 아침이라 한가로운 풀코보 공항 내 게이트 구역

 

 

러시아 포베다 항공

비행기표를 검색하면 포베다 에어라인은 좌석값과 세금만 포함된 기본 가격으로 표시된다. 수화물이나 보험을 따로 구입해야 해서 처음 예상보다는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그래도 유럽 국적 LCC보다 저렴하긴 하다. 10kg 수화물 서비스와 보험을 추가로 구입했는데 그래도 5,000 루블이 되지 않아 우리나라 돈으로 10만 원가량을 지불한 셈이다. 기내식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는다. 

 

포베다 에어라인은 체크인 카운터에서 기내용 가방 사이즈 검사를 철저하게 한다. 나는 작은 배낭과 랩탑을 들고 있었다. 기내용 규격에 맞는 박스가 있는데 직원이 거기에 내 짐을 넣으라고 한다. 랩탑을 세로로 넣었더니 박스 뚜껑이 닫히지 않았고, 가로로 바꿔 넣은 후에야 뚜껑이 닫혀서 기내 수화물 태그를 받고 통과했다. 어떤 경우에는 기내용 짐 규격 검사를 체크인할 때도 하고 탑승 전에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지만 나의 경우는 체크인할 때 한 번 했다.

 

기내는 생각보다 깔끔했다. 게다가 내 옆자리는 비고 통로 쪽에 조용한 러시아 여자분이 앉았다. 지난번에 뒤셀에서 상트 갈 때는 맨 뒷자리 러시아 여자들의 웃고 떠드는 소리가 유난히 시끄러웠는데 화장실 갈 때 보니 두 명이 술 마시고 취해서 공중도덕은 안드로메다로 보낸 상태였다. 오늘을 조용한 비행이 가능하겠군.

 

 

 

 

가서 할 일을 생각하면 마음도 무겁고, 언제든 다시 올 수 있지만 아름다운 상트를 떠나는 것이 아쉬웠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나의 취향에 맞는 곳이다. 문화, 예술, 역사를 마음껏 즐길 수 있고, 과거와 현대가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길거리는 너무나 아름답다. 그렇다고 물가가 부담스러운 것도 아니고 대중교통, 상점 등 기본 인프라도 훌륭한 수준이다. 나에게 여행지로써 매력이 넘치는 곳은 사실 장기간 살고 싶은 곳일 확률이 낮고, 살기 좋겠다 싶은 곳은 여행지로써의 매력이 아주 높지는 않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이 두 가지 기준 모두를 충족하는 드물게 멋진 도시다. 

 

한 달 살기라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가 등장하기 훨씬 전이었던 2014년에 이미 한 달을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한 도시가 있었다. 바로 터키의 안탈리아였는데 지중해의 아름다운 바다와 밝은 햇살, 고풍스러운 칼레이치 구시가지 그리고 이스탄불 지역에 비해 무언가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 반해서 "여기서 한 달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페이스북에도 그 느낌을 썼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계속 살라고 하면 그건 좀 어렵지 않을까 싶었고 딱 한 달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태국도 안탈리아나 상트처럼 정말 매력적인 여행지고, 수준급 인프라, 부담 없는 물가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가 있다. 하지만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장기 배낭여행이라면 몰라도 터를 잡고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특별하다. 몇 년 살아보라고 해도 그럴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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