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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투어: 여행과 독서 기록
영국 런던 여행 공공박물관 01: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 Victoria and Albert Museum 본문
영국 런던 여행 공공박물관 01: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 Victoria and Albert Museum
Writer Hana 2025. 4. 18. 14:12#영국여행
#런던여행
#공공박물관
#빅토리아앤앨버트박물관
2025년의 첫 여행지는 런던이다.
유럽살이 벌써 8년 차인데... 런던과 파리에 가본 적이 없다.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 비행기 환승한 적은 있지만 런던을 목적으로 여행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때 세계의 절반을 지배한 작은 섬나라 영국. 매력적인 역사 인물이 많은 흥미로운 나라.
하필이면 여행 출발 사흘 전부터 컨디션이 나빠졌다. 코감기에 가벼운 몸살이었다. 다행히 돌아다니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여행 마치고 집에 올 때까지도 컨디션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조금 힘들었다. 아직은 쌀쌀한 이른 봄, 여행 기간도 짧아 많은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고 공공박물관 위주로 다니기로 했다. 그 첫 번째가 목적지는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이다.
Victoria and Albert Museum
https://maps.app.goo.gl/cTm94TWKDTivhKLr6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 Cromwell Rd, London SW7 2RL 영국
★★★★★ · 미술관
www.google.com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에서 인턴 큐레이터로 근무한 박보나 작가의 <런던 박물관 기행>에 따르면 V&A 박물관은 세계 최대의 공예와 디자인 미술 박물관이다. 1851년 영국에서 열린 만국 산업 박람회 이후 V&A 박물관의 전신이 설립되었다. 박람회에서 전시된 작품들을 런던 시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 박물관은 공예, 디자인, 퍼포먼스, 패션,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산업 미술 발전을 한눈에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박물관 이름은 영국 전성기의 군주였던 빅토리아 여왕과 그녀의 부군 앨버트 공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박보나 작가의 책에서 소개하는 다섯 군데의 런던 공공 박물관 중 내셔널 갤러리 말고는 확실히 가야겠다고 정한 곳이 없었다.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은 즉흥적으로 결정해서 갔다.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 숙소가 있는 켄싱턴 지역에 있고 걸어갈 만한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V&A 박물관 중국관
화조도
내가 좋아하는 그림, 화조도. 화조도는 꽃과 나비 그리고 새를 주제로 한 그림이다. 조화로움과 행복, 특히 암수 한쌍의 새는 부부 금실이 좋음을 상징한다. 꽃, 나비, 새만큼 아름다운 그림의 소재가 있을까.
V&A 박물관 일본관
일본관을 둘러보다가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리고 그가 했다고 전해지는 말, "사람의 삶은 무거운 짐을 지고 걸어가는 먼 길과 같아서 서두르면 안 된다". 갑자기 이게 떠올라 남편에게도 말해줬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불교에서 말하는 '인생은 고'라는 말, '인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걸어가는 먼 길'이 진리임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고 실제로 인생이 매일 고달프고 힘들고 사람들이 세상이 나를 못 살게 구는 게 아니다. 대부분의 '고'라는 것은 우리 마음에서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하기 때문에 쓸데없는 아집과 집착을 버리라고 해결 처방을 제시한다. 지나친 앞선 걱정, 불안, 피해의식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 가지고 있으나 이를 조절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책임이다. 커뮤니티, 약물 또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본인이 고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생존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온갖 문명의 이기 속에 살고 있으나 실상 원시인의 뇌를 가지고 있는 인간이란 존재는 그 무엇을 해줘도 고통받도록 설계되어 있다. 삶은 더 편리해지고 많은 문제들이 사회 시스템에 의해 해결 가능하지만 멘탈 문제로 고통을 받거나 자살하는 사람의 수는 되려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인간은 여행지에서 숙소가 깨끗하지 않거나 날씨가 맑지 않다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의 의미 없는 사소한 말과 행동에 상처받았다고 떼굴떼굴 구르며 고통받는 존재 아니던가.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것, 고의 반대라 할 수 있는 행복, 이것은 너무나 막연한 개념이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근심걱정 없이 편안한 상태? 고급 아파트에서 호의호식?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여 직장 그만두고 매일 여행과 마사지 골프 파티 명품으로 가득한 인생? 얽매일 곳 없이 마음이 비눗방울처럼 허공을 둥둥 떠다니면 정말로 행복할까?
사람 포함 자연계의 그 어떤 동물도 행복을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더군다나 몇 분, 몇 시간이면 사라질 잠시의 쾌락에 지속적인 행복을 느끼도록 프로그래밍된 존재도 아니다. 생명체란 생존하기 위해, 살기 위해 태어났다. 그러므로 생존에 도움 되는 행동을 했을 때 우리가 말하는 행복을 느낀다.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여 위기에서 벗어났을 때, 노력이 결실을 맺었을 때, 경쟁에서 앞서 나갈 때, 사람들과 잘 어울리거나 사람들의 인정을 받을 때. 생존에 도움 되는 행동을 하는 것이 행복에 다가가는 적극적 active 방법이라면 행복해지기 위한 수동적 passive 방식은 바로 고를 줄이기다. 고를 줄이는 방식은 다시 적극적 방식과 수동적 방식으로 나뉘는데 적극적인 대표 방식은 바로 돈을 많이 벌기다. 우리같이 평범한 소시민은 돈만 풍족해도 인생의 고 80프로는 줄일 수 있다. 감정 노동 하지 않고 대리인 또는 전문가를 고용하여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많다. 그리고 많은 부분 자존심을 접고 눈치 봐야 할 상황이 줄어든다. 수동적 방식은 마음가짐인데 그중 하나가 바로 사람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걸어가는 먼 길과 같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기다.
맨날 남 탓, 사회 탓 하며 방구석에서 스마트폰만 보고 있으라는 뜻이 아니라 실체가 없는 또는 당연히 기다려야 하는 일에 조바심을 내지 말라는 것이다. 조바심을 버리고, 당장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느긋해지면 스트레스와 고통이 반으로 뚝 줄어드는 법이다. 반드시 지금 조치를 취해야 하는 일은 드문 법, 템포를 늦추면 될 것을 안절부절못하니 고통스럽지 않을 수가. 도파민 과잉의 시대에 가만히 있을 수 있는 것도 새로운 능력이다. 조바심이 날 때 10년 후, 30년 후, 50년 후 인생 계획을 만들다 보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계획대로 인생을 사는 사람은 없고 가능하지도 않지만 종이에 볼펜으로 먼 미래에 원하는 나의 모습을 끄적거리는 행동은 마법처럼 사람을 평온하게 만든다.
V&A 박물관 한국관
박영숙 작가의 달항아리
한국 전통 예술의 상징과도 같은 달항아리가 이곳에도 있다.
해가 지지 않는 제국 시대를 연
빅토리아 여왕의 coronet
가만히 이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감상하는데
옆에서 영국 여자 두 명이
어머 퀸 빅토리아의 코로넷이야
이러면서 호들갑을 떤다.
눈 휘둥그레지는 보석관
주얼리에 그다지 관심이 없으나
'화려함'을 감상하는 것은 즐겁다.
V&A 박물관에는
디자인 관련 작품뿐 아니라
그림도 있다.
영국 화가 중 '팜므파탈' 일타 작가는
단연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팜므파탈이나 아름다운 여성을 주제로 한 책에 등장하는 그림 또는 사진 속 인물 중에 활짝 웃고 있는 여성은 없다. 위 로세티 작품 속의 여성처럼 대부분 무표정, 정확히 말하자면 무념무상이다. 걱정도 눈치보기도 없다. 사회화 과정에서 세뇌된 대로 여자니까 친절하게 보여야지, 부드럽게 보여야지, 나를 미워하지 마세요, 저는 사랑받고 싶은 여자랍니다 이런 식의 나약하고 불안한 태도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매력에 대한 안목이 전혀 없는 까막눈들은 활짝 웃어야 남들이 내가 행복한 줄 알 거고, 나를 부러워할 거라 생각한다. 그 결과 사진 속 얼굴은 어색하고 상기된 미소, 사회적 웃음에 보는 사람도 부담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게 된다. 사진 하나도 마음 편히 못 찍는 불쌍한 여자가 되고 만다.
나의 멘탈 건강 롤모델 신데렐라
여성 각자의 롤모델도 다르고, 인생에서 추구하는 목표도 다르고, 실제 다양한 삶이 있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신데렐라류 스토리에 한 번쯤 매혹되지 않은 여자가 있을까? 분명 남자 잘 만나 인생이 바뀐 여자들의 이야기는 많고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시끌벅적한 연애 사건도 많은데 왜 모두 한결같이 신데렐라 이야기에 매료될까? 바로 똑같은 스토리여도 분위기가 밝기 때문이다. 신데렐라가 겪은 일을 객관적으로 묘사하면 인간극장, 범죄 수사물 또는 논픽션 다큐멘터리에 나와야 하는 심각한 내용이다. 부모를 잃고 새엄마에게 학대 당하며 식모살이 하는 나이 어린 여자. 하지만 신데렐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낙천적 분위기의 동화다. 물론 신데렐라 이야기는 예전 막장 복수 드라마의 대명사 <인어아가씨>만큼이나 극단적이긴 하다. 하지만 이게 정말 동화 속에서만 가능한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거짓말일까? 왜 다큐에 가까운 내용이 동화로 보이는 게 가능할까? 그 답은 신데렐라의 멘탈에 있다.
여성의 성공이라는 관점, 아니 남녀불문 성공 그리고 정신 건강이라는 관점에서 신데렐라는 최고의 롤모델이다. 왕자의 선택을 받아 평생 호의호식하는 게 목표든, 스스로 권력을 잡아 인생을 독립적·주체적으로 사는 게 목표든, 어떤 한 분야에서 거장이 되는 게 목표든, 집에서 가족과 자녀와 노약자를 돌보는 게 목표든 관계없다.
모두가 보고 배울 신데렐라 최강의 장점은 바로
1. 자기 연민 없음
2. 목표지향적
3. 남다른 배포
어떤 특정 국가 출신의 사람 네 명 정도와 오랜 시간 가까이 지내다 보면 그 국적의 사람에 대해 자연스럽게 편견이 자리 잡게 된다. 예전에 대학원에서 그리고 어학원에서 총 네 명의 브라질 여자애들과 알고 지낸 적이 있다. 그 결과 브라질 출신 여자에 대한 편견이 자리 잡고 말았는데 바로 '별로 가까이 지내고 싶지 않은 그녀들'이다. 상당히 드세고 자기주장이 강하며 융통성이 거의 없다. 하지만 세상 모두에게 배울 점 한 가지는 반드시 있으니 바로 그녀들에게서 배울 점이 '자기 연민 없음'이다. 빅토리아라는 여자애는 집주인에게 보증금 사기를 당했음에도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지 아이고 내 신세야 외국 나와서 서러운 일 당했다며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았다. 사실 큰 수입이 없는 학생에게 보증금 3000유로는 큰돈이고 그걸로 슬퍼하고 절망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빅토리아는 자기 연민에 빠지기보다 문제 해결을 선택했다. 같이 지내던 한국인 동기 여자애가 이런 말을 했었다. "언니, 저라면 서러워서 한국 돌아갈 거 같아요." 빨리 독일어를 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생각처럼 실력이 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던 로레나는 본시험 이전 연습시험에서 점수가 낮게 나오자 서러움에 화장실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뚝심 있게 열심히 해서 본시험에서는 좋은 성적을 받고 독일 간호사로 일하게 되었다. 이렇게 자기 연민이 없거나 빨리 벗어나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신데렐라처럼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귀족도 어려움에 처한다. 신데렐라 같은 여왕마마도 서러움을 느끼고 슬프면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툴툴 털고 일어나 무도회에 가서 왕자를 만나겠다는 목표에 전념한다. 악으로 깡으로가 아니고 자신의 목표를 위해 태어난 것 마냥, 원래 모두가 우러러보는 금수저였던 것처럼 우아하고 유쾌하고 활기차게. "sing sweet nightingale"이라고 노래를 부르며. 사소한 기싸움이나 사소한 이익에 집착하지 않는다. 통 큰 결정과 용서, 이해는 덤이고.
단단한 내면
활기
V&A 카페의 갬블 룸
V&A 박물관은 최초라는 타이틀이 여러 개가 붙어 있다. 세계 최고(最古)의 공예미술 박물관, 세계 최초 가스 조명 박물관, 세계 최초로 내부에 카페를 만든 박물관이기도 하다. V&A 카페에는 세 개의 룸이 있고 각자 다른 디자이너의 의해 꾸며졌다.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카페를 잠시 둘러봤다. 화려하지만 결코 촌스럽지 않은 모습이 인상 깊었다. 사람들로 붐벼 우아하게 커피 한 잔 하기는 어려운 장소였다.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아 박물관 구석구석 천천히 제대로 관람하지 못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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