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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투어: 여행과 독서 기록
2월의 미술관 여행 벨기에는 벌써 일곱 번째 가는데, 갈 때마다 새롭다. 이번에 브뤼셀에 가는 목적은 왕립박물관 관람을 위해서다. 대체로 날씨가 우중충한 유럽의 겨울이야말로 갤러리 투어 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 브뤼셀행 기차 안에서 물끄러미 창밖 구경을 했다. 구름 사이로 드문드문 파란 하늘이 보이는데, 포크로 구름 다 걷어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브뤼셀 중앙역에서 내렸는데 그랑플라스를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잠시 동안이지만 맑고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타이밍에 그랑플라스에 오게 되다니 역시 운이 좋다. 벨기에의 명물 중 하나인 감자튀김을 사서 그랑플라스로 갔다. 케첩이나 마요네즈 같은 드레싱이 따로 필요 없는 벨기에 감자튀김인데 나는 왜 케첩을 뿌려달라 했던가... 습관적으로 그런 것 같다. 잠시 시각..
유아정 패션잡지 기자 출신의 작가가 인문학과 미술사 자료를 기반으로 40개의 패션 키워드를 다루는 책이다. 입담 구수한 출연진들의 토크쇼를 듣는 듯한 구어체인데 마치 2000년대에 유행했던 각종 여성 처세술, 는 식의 실용서를 읽는 듯한 문체다. 하지만 역사적 내용을 고증하는 부분을 보면 '얼마나 많은 자료를 찾고 정리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문체는 실용서지만 내용은 인문학에 가깝다. 나는 예쁘고 아름다운 것이 좋다. 어릴 적부터 화려한 것을 좋아했다. 꽃무늬, 밝은 색, 화려한 드레스 이런 것에 끌렸다. 문구점에서 종이 인형을 사면 예쁘고 화려한 드레스 옷은 내 차지고, 나와 취향이 정반대인 언니는 고급스럽고 심플한 정장 옷을 가졌다. 예쁜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예쁜 것을 보면 기분이 좋..
2019년 12월 말 - 2020년 1월 초 지난 2019년 후반은 바빠서 그런지 시간이 빨리 갔다. 그렇게 시간이 잘 흘러 드디어 한국 가는 날이 되었다. 브뤼셀행 탈리스 Thalys 열차에 탑승했다. 탈리스는 벨기에,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를 이어주는 국제 고속 열차인데 유럽의 모든 기차들이 그렇듯 일찌감치 예매하면 티켓값이 아주 저렴하다. 브뤼셀까지 일인당 19유로에 예매했다. 탈리스의 장점은 좌석이 넓다는 것이다. 반작용으로 좌석 사이 이동통로가 좁지만 이동은 잠시고 앉아 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상관없다. 게다가 입석이 없고 탑승객 전원 좌석예약제라서 자리 걱정 없이 느긋하게 이용할 수 있다. 무료로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다. 벨기에 브뤼셀에 도착했다. 브뤼셀 센트럴 역 지하 락커에 ..
2019년 11월 깊어가는 가을, 벨기에의 아름다운 운하 마을 브뤼헤로 주말 여행을 다녀왔다. 작년 이맘때쯤 별다른 기대 없이 갔던 안트베르펜 Antwerpen (영어: Antwerp)에 대해 좋은 기억만 가지고 있어서 이번 늦가을에도 그런 여행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도이치반 Deutschbahn 어플로 브뤼헤 티켓을 검색해 봤는데 편도 20유로도 안 한다. 남편도 같이 가기로 하고 일찌감치 기차와 호스텔을 예약했다. 요즘 계속 날씨가 좋았는데 여행 출발하는 날이 되니 날씨가 흐리다. 아니 뭐, 유럽 가을의 지극히 일상적 날씨니까 괜찮다. 역시 브뤼셀 노르트행 기차는 사람이 많았고, 좌석 지정도 안 해서 같이 못 앉을 수도 있다는 것을 예상하고 출발했다. 마주 보는 테이블석의 한 중년 여성에..
2021년 6월 일 년 만에 다시 룩셈부르크의 딜링엔으로 캠핑을 왔다. 캠핑장의 포토존 아치형 돌다리도 여전히 아름답다. 이 자우어 Sauer강은 국경을 가르는데 다리 오른쪽은 독일이고 왼쪽은 룩셈부르크이다. 다리 하나만 건너면 외국. 어제보다 날씨가 더 좋다. 우선 자리를 잡아 텐트를 쳤다. 그리고 캠핑용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었다. 흐르는 물소리 들으며 그늘에 앉아 바람 쐬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구나. 오후 늦게 미리 계획했던 뮐러탈 트레일 Müllerthal Trail 하이킹을 하러 나섰다. 그레벤마허 Grevenmacher 주 북부의 하이킹 코스로 총 3개의 루트가 있다. 여행에서만큼은 상세한 계획 세우는 것에 게으른 우리답게 루트를 확인하지 않고 몇 군데 포인트를 지나는..
룩셈부르크는 작은 나라지만 은근히 가볼 만한 소도시가 많다. 그중 하나인 비앙덩에 갔다. 은은한 앤티크한 느낌이 물씬 나는 호텔 하인츠 그리고 중세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비앙덩 성까지 꿈같은 하루를 보냈다. 2021년 6월 지난 2020년 9월에 체코와 폴란드로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마지막 날 차를 타고 폴란드의 포즈난에서 독일로 돌아오는 길에 평소와 다르게 무척 아쉬운 기분이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게 2020년의 마지막 장거리 여행이 될지. 10월 말에 다시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전 유럽이 더 강도 높은 락다운에 돌입하고 11월이 되고, 12월이 되고, 새해가 되고, 봄이 오도록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백신 접종률이 어느 정도 올라간 2021년 5월이 되어서야 락다운이 완화되었다. 백신 ..
노희영 사실 노희영이라는 인물에 대해 전혀 몰랐는데 우연히 교보문고 홈페이지 추천 코너에서 이 책 을 알게 되었다. 알고 보니 그녀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브랜드와 처음 들어보지만 꽤나 매력적인 브랜드를 탄생시키거나 리노베이션한 장본인이다. 브랜드 창조와 리노베이션에 관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그리고 브랜드 마케팅에서 배운 내용을 내 삶이 나아지는데 적용할 부분이 있을까? 사진 출처: 본인 소장 교보 ebook PART 1에서는 노희영 본인이 주가 되어 탄생시킨 브랜드에 관한 내용이다. 마켓오 마켓오는 원래 레스토랑 브랜드였다. 대중을 사로잡을 만한 보편적 브랜드를 목표로 기획되었는데, 특정 집단에 한정된 브랜드가 아니라 모두가 좋아할 만한 '확산형 모델'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요즘 같은 ..
1. 야경: 도나우 강, 국회의사당, 어부의 요새 등 뭐니 뭐니 해도 부다페스트에 대해 말할 때 야경을 빼놓을 수 없다. 부다페스트에 머무는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야경을 보러 갔다. 강 건너편에서 보는 국회의사당보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게 더 멋지다. 이렇게 의도하고 찍은 것이 아니라 우연히 얻어걸린(?) 사진 부다페스트에서는 신형과 구형 트램 모두 운행 중인데, 확실히 빈티지 느낌의 구형 트램이 낭만적이고 예쁘다. 2. 뉴욕 카페 부다페스트에 머무는 동안 딱 하루 부슬비가 내렸다. 무더운 8월 어느 날 비가 촉촉하게 내리고 기온이 약간 떨어졌는데 그게 참 운치 있었다. 그날 궁전을 방불케 하는 내부 장식으로 여행자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이 카페에 다녀왔다. 예상대로 이름값 하는 곳이다. 만석..
2018년 8월 23일 목요일 오늘은 오랜만에 늦잠을 자서 9시에 일어났다. 오전에는 커피 마시면서 전자책을 읽었다. 이런 여유 정말 좋다. 지난 2014년에 터키 파묵칼레에서 아침에 커피를 마시며 느꼈던 그런 여유다. 카파도키아에서 야간 버스 타고 새벽에 파묵칼레에 도착했었다. 이른 아침 숙소에 체크인해서 눈을 붙이고 난 후 정원에서 커피를 마셨는데 그때의 평화로움과 행복한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오늘 아침도 그런 느낌이다. Dinara는 우리나라의 파리 바게뜨처럼 체인 베이커리인 듯하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자그레브가 정말 마음에 든다. 이렇게 평화롭고 아름다운 도시라니. 길거리를 걷다 우연히 마음에 드는 카페를 발견. 15쿠나에 수박 레모네이드를 한 잔 마셨다. 수박향이나 레몬향 시럽을 전혀 넣지..
2018년 8월 21일 화요일 오늘은 라스토케에 가는 날. 버스표는 자그레브에 도착해서 어제 예약했다. 크로아티아에서 버스를 인터넷 예매하면 이메일로 이티켓을 받을 수 있고, 어떤 버스 회사는 터미널의 오피스에 직접 가서 티켓을 탑승 30분 전까지 찾아야 한다. 이티켓은 반드시 출력을 해가야 하는데, 자그레브에서 예약한 티켓은 호스텔 리셥센에 부탁해서 프린트했다. 터미널 가는 길에 딸기, 초콜릿, 음료수를 샀다. 자그레브에서 출발 이후 2시간쯤 걸려 오후 1시에 슬루니에 도착했다. 라스토케는 워낙 작은 마을이라 시외버스가 따로 정차하지 않고 슬루니에서 내려서 걸어가면 된다. 일단 시작하기 전에 카푸치노 한 잔. 이번 여행에서는 설탕 듬뿍 섞은 카푸치노가 왜 이렇게 맛있지?? 우리나라에서 6,000원쯤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