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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투어: 여행과 독서 기록
늦은 여름 체코의 프라하로 여행을 떠났다. 이번 여행의 주요 목적은 바로 알폰스 무하 박물관 방문이다. 출발 전 알폰스 무하 관련된 책을 읽었다. 이국적이고 화려한 그림만이 아닌 영혼이 가득한 작품을 남긴 예술가, 우직하고 성실했던 예술가 알폰스 무하의 삶이 주는 감동이란... 아일랜드 더블린과 체코의 프라하 중 고민하다 결국 프라하 여행을 결정했다. 오랜만에 여행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기차표와 호텔을 예약했다. 그러던 중 출발 며칠 전에 도이치반의 파업이 결정되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내가 출발하는 23일 그리고 다음날인 24일까지 정상 운행을 하지 않는다. 버스도 비행기도 대체 스케줄이 좋지 않을뿐더러 가격도 지나치게 높다. 돌아오는 날에는 문제가 없으니 여행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은데... 대체 열..
2020년 9월 체코의 예트르지호비체 Jetřichovice에 캠핑을 가게 되었다. 캠핑뿐 아니라 주변에 가볼 만한 곳이 있는지 찾아봤는데 알고 보니 체코에서 유명한 자연 관광지였다. 특이한 사암 지형의 체스케 슈비차르스코 České Švýcarsko국립공원이 있는 지역으로 독일의 드레스덴에서 가깝다. 예트르호비체는 작은 마을이고 우리가 머무를 캠핑장이 있는 곳이다. 오후에 집에서 출발해 500km를 달려 밤늦게 캠핑장에 도착했고 다음날 오전에 등산을 했다. 엘베강이 독일과 체코의 국경을 가르는데 강의 한 지점에 자리잡은 흐르젠스코 Hřensko라는 마을이 국립공원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한다. 마을 안에 숙박과 음식점 등의 상업 시설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 주차를 하고 등산을 시작했다. 체코에는 프라하와 ..
마스다 무네아키 이정환 옮김 츠타야 서점으로 잘 알려진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CCC)의 사장 마스다 무네아키의 책이다. '경영은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디자인'이라는 관점이 이 책의 주제다. 어떤 홈페이지에서 이 책에 대한 수준 높은 감상평을 보고 흥미가 생겨 구입하게 되었다. '기획'은 나에게도 중요한 주제다. 나의 그랜드 투어 페이지 운영에 있어서 "어떻게 하면 내가 가진 지식, 기술 그리고 경험을 잘 버무려 수준 높은 콘텐츠를 창작해낼 수 있을까, 어떤 지식 자본을 어떤 형태로 제안할 수 있을까?"와 연결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차례 기. 디자이너만이 살아남는다 승. 책이 혁명을 일으킨다 전. 사실 꿈만이 이루어진다 결. 회사의 형태는 메시지다 서장에서 기획과 그것을 위해 필요한 자유에 대하여 이야..
2020년 6월 룩셈부르크 Luxembourg 당일치기 여행 집에서 기차로 약 3시간 정도, 왕복 6시간이나 걸리는 여정이고 그 긴 시간 동안 마스크를 쓰고 있으려니 답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 락다운 시행 두 달 만에 장거리 여행이 가능해져서 즐거웠다. 룩셈부르크 시티의 첫인상은 생각보다 길거리가 깨끗하고 건물이 우아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큰 도시이기 때문인지 밖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사람들과 거리두기가 전혀 어렵지 않은 우리 동네처럼 작은 도시에 있다가 큰 도시로 왔기 때문에 조금은 불안해서 우리도 사람 많은 곳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기차역에서 시내 중심부까지는 걸어서 10~15분 정도 걸린다. 이 그랜드 듀칼 궁전은 16세기에 지어진 플랜더스 바로크 양식의 건물이..
알랭 드 보통 김한영 옮김, 1판 4쇄 - 목차 - 서문 방법론 사랑 자연 돈 정치 예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현대 세계에서 예술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지만, 그럼에도 예술과의 만남은 항상 기대한 바대로 이루어지진 않는다. 유명한 그림이나 명성 높은 전시회를 보고도 아무 생각이 들지 않을 때도 있다. 누구나 이름만 대면 아는 거장의 작품, 예컨대 피카소를 작품을 보면서도 '도대체 그래서 어쨌다는 거지? 무엇이 훌륭한 거야? 왜 나는 아무 느낌도 없을까?' 이런 감상만이 머리에 가득할 수 있다. 알랭 드 보통은 문제의 뿌리가 일차적으로 개인에게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주류 예술계가 예술을 가르치고, 팔고, 보여주는 방식에 있다고 말한다. '예술을 위한 예술'로써 신비한 영역에 머무르게 둘 것이 ..
2월의 미술관 여행 벨기에는 벌써 일곱 번째 가는데, 갈 때마다 새롭다. 이번에 브뤼셀에 가는 목적은 왕립박물관 관람을 위해서다. 대체로 날씨가 우중충한 유럽의 겨울이야말로 갤러리 투어 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 브뤼셀행 기차 안에서 물끄러미 창밖 구경을 했다. 구름 사이로 드문드문 파란 하늘이 보이는데, 포크로 구름 다 걷어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브뤼셀 중앙역에서 내렸는데 그랑플라스를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잠시 동안이지만 맑고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타이밍에 그랑플라스에 오게 되다니 역시 운이 좋다. 벨기에의 명물 중 하나인 감자튀김을 사서 그랑플라스로 갔다. 케첩이나 마요네즈 같은 드레싱이 따로 필요 없는 벨기에 감자튀김인데 나는 왜 케첩을 뿌려달라 했던가... 습관적으로 그런 것 같다. 잠시 시각..
유아정 패션잡지 기자 출신의 작가가 인문학과 미술사 자료를 기반으로 40개의 패션 키워드를 다루는 책이다. 입담 구수한 출연진들의 토크쇼를 듣는 듯한 구어체인데 마치 2000년대에 유행했던 각종 여성 처세술, 는 식의 실용서를 읽는 듯한 문체다. 하지만 역사적 내용을 고증하는 부분을 보면 '얼마나 많은 자료를 찾고 정리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문체는 실용서지만 내용은 인문학에 가깝다. 나는 예쁘고 아름다운 것이 좋다. 어릴 적부터 화려한 것을 좋아했다. 꽃무늬, 밝은 색, 화려한 드레스 이런 것에 끌렸다. 문구점에서 종이 인형을 사면 예쁘고 화려한 드레스 옷은 내 차지고, 나와 취향이 정반대인 언니는 고급스럽고 심플한 정장 옷을 가졌다. 예쁜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예쁜 것을 보면 기분이 좋..
2019년 12월 말 - 2020년 1월 초 지난 2019년 후반은 바빠서 그런지 시간이 빨리 갔다. 그렇게 시간이 잘 흘러 드디어 한국 가는 날이 되었다. 브뤼셀행 탈리스 Thalys 열차에 탑승했다. 탈리스는 벨기에,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를 이어주는 국제 고속 열차인데 유럽의 모든 기차들이 그렇듯 일찌감치 예매하면 티켓값이 아주 저렴하다. 브뤼셀까지 일인당 19유로에 예매했다. 탈리스의 장점은 좌석이 넓다는 것이다. 반작용으로 좌석 사이 이동통로가 좁지만 이동은 잠시고 앉아 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상관없다. 게다가 입석이 없고 탑승객 전원 좌석예약제라서 자리 걱정 없이 느긋하게 이용할 수 있다. 무료로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다. 벨기에 브뤼셀에 도착했다. 브뤼셀 센트럴 역 지하 락커에 ..
2019년 11월 깊어가는 가을, 벨기에의 아름다운 운하 마을 브뤼헤로 주말 여행을 다녀왔다. 작년 이맘때쯤 별다른 기대 없이 갔던 안트베르펜 Antwerpen (영어: Antwerp)에 대해 좋은 기억만 가지고 있어서 이번 늦가을에도 그런 여행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도이치반 Deutschbahn 어플로 브뤼헤 티켓을 검색해 봤는데 편도 20유로도 안 한다. 남편도 같이 가기로 하고 일찌감치 기차와 호스텔을 예약했다. 요즘 계속 날씨가 좋았는데 여행 출발하는 날이 되니 날씨가 흐리다. 아니 뭐, 유럽 가을의 지극히 일상적 날씨니까 괜찮다. 역시 브뤼셀 노르트행 기차는 사람이 많았고, 좌석 지정도 안 해서 같이 못 앉을 수도 있다는 것을 예상하고 출발했다. 마주 보는 테이블석의 한 중년 여성에..
2021년 6월 일 년 만에 다시 룩셈부르크의 딜링엔으로 캠핑을 왔다. 캠핑장의 포토존 아치형 돌다리도 여전히 아름답다. 이 자우어 Sauer강은 국경을 가르는데 다리 오른쪽은 독일이고 왼쪽은 룩셈부르크이다. 다리 하나만 건너면 외국. 어제보다 날씨가 더 좋다. 우선 자리를 잡아 텐트를 쳤다. 그리고 캠핑용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었다. 흐르는 물소리 들으며 그늘에 앉아 바람 쐬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구나. 오후 늦게 미리 계획했던 뮐러탈 트레일 Müllerthal Trail 하이킹을 하러 나섰다. 그레벤마허 Grevenmacher 주 북부의 하이킹 코스로 총 3개의 루트가 있다. 여행에서만큼은 상세한 계획 세우는 것에 게으른 우리답게 루트를 확인하지 않고 몇 군데 포인트를 지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