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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투어: 여행과 독서 기록
2018년 8월 20일 월요일 지난 밤 생각보다 편하게 야간버스를 타고 왔다. 다만 에어컨을 세게 틀어서 추웠을 뿐이다. 버스 안이 추울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후드 외투 하나 입었는데도 치마를 입고 있어서 다리가 추웠다. 아침 6시 30분이 넘어서 자그레브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호스텔에 도착하면 체크인 못할 가능성이 높을 듯하다. 시간도 많고 날씨도 좋은데 구글맵 보면서 호스텔까지 슬슬 걸어가기로 했다. 이른 아침 자그레브 길거리의 첫 인상. 굉장히 '부드러운' 느낌이다. 무언가 느낌이 참 좋다. 호스텔에 도착했는데 역시나 앞 사람 체크아웃하고 청소해야돼서 아직 체크인을 할 수 없고 오후 1시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대신 식당 아래쪽 공용 거실이 있어서 그곳에서 기다려도 된다고 ..
2018년 8월 17일 금요일 푹 자고 9시쯤 일어났다. 우유에 독일에서 가져온 시리얼을 타 먹었다. 그리고 침대에 편하게 앉아서 믹스 커피 한 잔 마시며 전자책을 읽었다. 성벽 투어를 가려고 열한 시쯤 준비하고 나왔다. 잘 오지도 않는 버스 12쿠나나 내고 탈 필요 없고, 걷기만큼은 자신 있으므로 숙소에서부터 올드 타운에 걸어갔다. 역시 여행은 걸어야 한다. 그래야 천천히 탐색하며 감상할 수 있다. 걸어가면서 오른쪽의 바다, 왼쪽의 독특한 건축물을 실컷 감상했다. 30분 정도 걸려서 올드 타운에 도착했다. 아마 중간중간 사진 찍지 않고 계속 걸으면 뉴타운에서 올드 타운까지 걸어서 15-20분 정도 걸릴 듯하다. 성벽 투어를 시작하는 매표소는 두 곳에 있는데 나는 필레 게이트에서 시작해서 한 바퀴 돌기로..
2018년 8월 16일 목요일 지난여름 학기를 잘 마치고 드디어 다시 여행길에 나서게 되었다. 지난겨울 러시아에 갈 때는 비행기와 숙소를 3개월 전에 예약했지만 이번에는 출발 2주 전에 예약을 시작했다. 오래전부터 이번 여름은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와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를 포함한 동유럽에서 보낼 거라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정확한 루트 결정하는데 시간이 걸렸고, 8월이 유럽의 최대 성수기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여름의 유럽은 겨울의 러시아와 다르다고! 고민 끝에 슬로베니아를 빼고 헝가리와 크로아티에 가기로 결정했다. 유럽에 살아서 좋은 점이 유럽의 전 지역을 비행기로 최대 세 시간 이내에 닿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에서 중국 동부나 일본에 가는 수준이다. 그러니 일정을 빡빡하게 짤 필요가 없다. ..
2018년 3월 27일 화요일 오후 시베리아 횡단 열차 탑승 우와우와아아!!! 드디어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는 순간이 왔다!!! 2013년에 인도 여행 갔을 때, 아그라-바라나시, 바라나시-뉴델리 구간의 야간열차 이후 장거리 기차 여행은 4년 만이다.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기차 타는 것을 아주 좋아했다. 비록 일주일이 꼬박 걸리는 블라디보스토크-모스크바 구간은 아니고 2박 3일의 옴스크-모스크바 구간이지만 설렌다. 러시아 공식 철도 사이트에서 남자친구의 아이디로 예약했다.http://eng.rzd.ru/ 우리가 예약한 오프닝 클래스는 가장 저렴하다. 한 구역에 창가 쪽 4인, 복도 쪽에 2인 이렇게 총 6명이 사용하게 되어있다. 같은 클래스지만 창가 쪽보다 복도 쪽이 가격이 더 저렴하다. 복도 쪽의 ..
2018년 3월 26일 월요일 우리 커플의 공통점은 장거리 비행과 기차 여행을 좋아하고 일상생활에서와 다르게 여행을 할 때는 느긋하고 게으르다는 것이다. 작년에 같이 부산에 갔을 때 하루에 태종대 갔다가 스타벅스에서 커피만 마신 날도 있었다. 제주도에서도 하루에 한 곳 정도 보겠거니 생각했는데 세 군데 둘러본 날은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였다. 아무튼 오늘은 체크아웃하는 날이니 더욱 서두를 우리가 아니고 이런 면에서 우리는 정말 잘 맞는다. 역시나 예상대로 시간 꽉 채워서 정확히 12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나왔다. 걷기를 아주 좋아하는 나인데 배낭이 무거워서 그런지 아니면 피로가 누적된 건지 오늘따라 걷기 싫었다. 그래서 버스를 타고 에키바스투즈 역으로 갔다. 버스 정류장의 고양이양반. 추워보인다냥. 역으로 ..
2018년 3월 24일 토요일 어제 아침 여섯 시에는 옴스크 공항에, 오늘 아침 여섯 시에는 카자흐스탄 에키바스투즈의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우리가 타고 온 고속버스의 기사님한테 시내 가는 방향을 물어보다 대화를 시작했다. 대화 중에 옴스크 돌아가는 버스표 미리 사는 게 낫다는 말을 듣고 바로 예매하는 중. 에키바스투즈 Ekibastuz는 카자흐스탄 북동부 파블로다르 주에 있는 도시다. 이곳은 러시아 국경에서 멀지 않고, 카자흐스탄 자체가 구 소련연방에 속했던 곳이라 아직도 많은 주민들이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카자흐스탄 자체가 바다에 접하지 않은 내륙에 위치해 있어서 대륙성 기후를 띤다. 즉 여름에는 엄청나게 덥고, 겨울에는 엄청나게 춥다는 뜻. 이 에키바스투즈는 세계에서 가장 ..
시베리안 에어라인을 타고 뒤셀도르프에서 모스크바를 경유하여 옴스크로 향했다. 비행기에서 우연히 옴스크 출신의 천사를 만났다. 그렇게 오전 시간을 편안하게 보내고 오후에 남자친구와 만나서 버스를 타고 카자흐스탄으로 출발했다. 한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버스타고 육로로 국경 건너기! 2018년 3월 22일 목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짐 정리 마무리하고 집안 점검도 마쳤다. 계획과 달리 지난주는 내내 공부를 했다. 그런데 정말 독일에 온 이후 가장 열심히 공부했고 최선을 다해야만 자연스럽게 찾아드는 뿌듯함도 느꼈다. 몸은 많이 피곤하지만 다시 여행길에 나서는 마음만은 가볍고 상쾌하다. 일부러 일찍 나와서 뒤셀도르프 중앙역 근처 하나로마트에 들렀다. 새우탕면 두 개와 햇반 하나를 샀다. 남자친구님하고 시베리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원래 2주 머무르려고 했는데 열흘 지난 오늘 갑자기 집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지난 학기에 팀 과제로 제출한 한 과목의 점수가 5.0이 나왔는데 이것은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F, 즉 낙제점을 의미한다. 과제물이 F라고? 제출을 안 한 것도 아니고, 기한을 넘긴 것도 아닌데 F?? 무슨 일이지???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역시나 알고 보니 과제의 수준이 문제가 아니고 우리가 교수님이 의도한 바와 전혀 다른 과제를 제출한 것이 문제였다. 다행히 교수님으로부터 3월 말까지 과제를 다시 제출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여행은 나의 취미 1순위다. 하지만 인생에서 중요한 여러 가지 요소 중 한 가지이고, 유일한 전부는 아니다.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것에 쉽게 마음을 여는 나는 한때 여행이 너무 좋아서 돈만 ..
일단 에르미타주 본관 1층(우리나라 개념으로는 2층) 감상을 3일 만에 마치고 오늘은 신관 (구 참모본부) 감상을 시작했다. 신관은 에르미타주 남문으로 들어오면 양쪽으로 베이지색의 건물이 있는데 입구는 오른쪽 방향에 있다. 이곳 역시 국제학생증이 있다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신관은 본래 궁전이 아니라 행정부서 청사로 사용되었다. 본관 궁전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현대적이고 세련된 모습이다. 입구에서부터 여유롭고 한산하다. 겨울이라 본관도 붐볐다고 할 수 없는데, 이곳은 더 한산하다. 4층부터 시작해서 아래층으로 내려가기로 계획했다. 그런데 와!!! 4층에만 하루를 투자해야 할 듯!!! 그림 하나하나가 쉽게 발걸음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에르미타주 신관에는 우리가 그림책, 교과서, TV 등 어디에선가 한..
오늘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한 이후 가장 추웠다. 낮에는 돌아다니기 괜찮았는데 오늘은 낮도 밤처럼 추웠다. 장갑 빼고 1분도 버티기 힘든 추위다. 아무튼 3월 초의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우리나라의 한 겨울처럼 춥다. 에르미타주 관람 3일 차 오늘은 241번 방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저 멋진 조각들! 당장 바람이 불면 하늘하늘 휘날릴 것 같은 튜닉 드레스 조각 자체뿐 아니라 이렇게 실내 장식도 훌륭하다. 에르미타주의 디테일. 컬렉션 자체도 세계 최고 수준인데 그 에르미타주를 더욱 대단하게 만든 이유는 디테일인 것 같다. 방대한 규모의 궁전이 어느 구석 하나 허투루 비워져있지 않다. 모든 공간이 정성 들여 가꿔져 있고 쉬어가는 공간마저도 그림과 조각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고 사소한 부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