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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투어: 여행과 독서 기록
카타르 도하 스탑오버: 카타르 항공 타고 인천공항에서 카타르 도하,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Four Points by Sheraton, 도하 웨스 본문
카타르 도하 스탑오버: 카타르 항공 타고 인천공항에서 카타르 도하,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Four Points by Sheraton, 도하 웨스
Writer Hana 2025. 1. 20. 03:56#카타르도하스탑오버
#카타르항공
#포포인츠바이쉐라톤 Four Points by Sheraton Doha
#도하웨스트베이 West Bay
2주도 되지 않는 짧은 한국 여행 일정도 다 끝나고 출국날이 오고야 말았다. 이번에는 어디 장거리 여행도 다녀오지 않았는데 유독 시간이 빨리 가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날씨도 좋고 집에서 놀다 전철 타고 서울 시내 구경만 다녀와도 좋았다. 아쉽고 무거운 마음을 뒤로하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온 가족이 총출동해서 공항까지 우리를 배웅해 주었다. 여느 때처럼 체크인 마치고 4층에서 다 같이 커피 한 잔 마셨다.
인천공항은 언제와도 최고다.
넓고 쾌적하고 깨끗해서 좋다.
11월 15일 00시 20분에 출발하는 QR859편에 탑승했다. 보딩은 밤 11시부터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맨 뒷열 53열에 앉았다. A350은 3-3-3 배열이었고 우리는 중간을 택했다. 남편이 통로석, 나는 가운데 좌석, 내 옆 왼쪽에는 어떤 젊은 여자분이 앉았다. 내 옆에 앉은 여자분은 비번인 카타르항공 승무원인 것 같았다. 근무 중인 한국인 승무원이 가끔 와서 내 옆자리 여자분에게 말 걸고 뭐라도 드시라는 말을 했다. 이 분 굉장히 날씬한 데다 탑승하자마자 안대를 쓰고 나랑 한 번도 스치지 않았을 정도로 몸을 많이 움츠린 상태에서 내내 잠만 잤다. 게다가 좋은 비누 향기를 폴폴 풍겼다. 옆자리 이웃 운이 좋은 비행이었다.
오늘의 선택은 디즈니의 <미녀와 야수>다. 역시 비행기에서 보는 영화는 디즈니가 최고다. 디즈니 영화는 항상 대책없는 긍정주의 꽃밭 세상이고 막무가내로 들이대면 결국에 모든 일이 주인공 소원대로 해결되고 이루어진다. 디즈니 창설 이후 한결같이 "결국 꿈, 가족,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라는 주제를 설파한다. 이 변함없는 주제가 진부한 게 아니고 우리 사는 세상의 진리다. 자기 연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 해보지도 않고 안된다고 결론지어버리는 사람, 불평불만에 휩싸여 자신의 문제를 돌아보지 못하는 사람, 배우자 탓 부모 탓 회사 탓 사회 탓 국가탓하는 패배주의자와 가까이 지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밝고 생기 있고 긍정적인 사람과 가까이 지내고 싶은 것, 모두가 실망하고 좌절할 때 꿋꿋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존재에 옆에 딱 붙어 있고 싶은 것, 이는 생존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동물 인간의 본성이다. 정신 건강하게 사는 사람의 핵심 요소가 크든 작든 목표가 있고, 가족 친구 아는 사람 등 가깝고 먼 또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잘 지내는 사람들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디즈니 여주인공들의 매력은 도전적이고, 항상 새로운 세계를 꿈꾼다는 점이다. 작년에 한국갔다오는 길에 에티하드에서 본 <인어공주>의 에리얼도 그렇고 (물론 여기에서는 비극 원작의 인어공주가 아닌 당차고 용감한 디즈니의 인어공주 에리얼) <미녀와 야수>의 벨도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매력적인 여성으로 등장한다. 대놓고 한심한 인물로 묘사해서 그렇지 가스통이 실제 인물이라면 여자들이 자기도 모르는 새 쉽게 어버버 끌려갈 수 있다. 근육질 몸매에 거침없는 말과 박력 있는 행동력의 소유자. 그런 남자가 나 좋다고 쫓아다니면 여자는 자기도 모르는 새 판타지의 세계에 빠져 버린다. 그리고 신세 망칠 확률이 높아진다. 왜, 여자가 원하는 정서적 공감, 다정함, 책임감 이런 걸 알파남에게는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벨은 그런 나쁜 매력남을 알아보고 거부감을 느낄 정도로 남자 보는 안목이 있는 상식녀이다. 벨은 책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용감하기까지 하다. 위험에 처한 아버지 대신 야수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아 내가 꿈꾸던 새로운 세상은 이게 아닌데 망했네'라며 속으로 통곡했을 것이다. 하지만 '까짓 그래도 인생 살아야지 어떻게 하겠어'라는 마음으로 좌충우돌하며 지내다 보니 어느덧 남자의 외모와 말이 아닌 행동을 보고 사랑에 빠졌다. 부자이기만 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미남이 내 남자친구였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게 다 불확실성에 움츠리지 않고,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처한 용기 덕분 아니겠는가.
파랑과 노랑이 어울려
환상적인 색감을 보여준 명장면
알고보니 내 남자친구는
부자 미남!
<미녀와 야수>에서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야수 배역의 성우 목소리가
중저음으로 무척 멋있다는 것
여심을 마구 녹이는
목소리다.
첫 번째 기내식은 사진을 찍지 않았고
두 번째 아침 식사는 오믈렛과 소시지
영화 한 편 보고
기내식 두 번 먹고
잠을 자고 나니
도하에 거의 다 왔다.
다시 하마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티켓 예매할 때 1박 2일 스탑 오버 조건으로 예매했고, 4성급 호텔 1박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바로 집으로 가기보다는 어디 하루 들러 여행을 하고 가면 마음이 덜 무겁지 않을까?
대한민국 여권 소지자는 비자 면정 협정에 따라 90일 이내의 단기 관광이 목적이라면 카타르 비자가 필요하지 않다. 카타르에 도착하면 여권에 입국 도장과 함께 무비자 체류가능 만료일자가 찍힌 스티커를 받게 된다. 입국 심사에서 별다른 질문이 없었고 리턴 티켓 보여달라는 말도 없었다. 수월하게 입국 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는데, 엥? 컨베이어 벨트에 짐이 몇 개 없다. 대부분의 승객은 카타르항공을 타고 도하를 경유하여 다른 최종 목적지로 가는 것이다.
우리는 각자 수화물 하나씩, 기내용 작은 캐리어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한국에서 짐을 꽉꽉 채워온 큰 캐리어와 남편의 배낭이 무거워서 공항에 큰 짐만 하루 맡기려고 했는데 안타깝게도 공항에서 운영하는 짐 보관소는 없다. 사설 업체를 이용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그냥 가져가기로 했다.
호텔까지는 택시를 타고 가기로 했다. 새벽 다섯 시 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해가 밝다. 공항 밖으로 나오니 중동의 여름 공기가 우리를 반긴다. 야~ 따뜻해서 좋다. 깔끔한 차림새의 점잖은 인도인 기사의 택시에 오르니 정말 중동 국가에 왔음이 실감난다. 2019년 가을 두바이 이후 5년 만에 중동국가다.
아침 일찍 호텔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오는 길은 고요했고 길거리에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호텔이 위치한 곳은 신도시가 아닌 올드 구역이다. 메트로를 타고 올 수 있는 위치지만 금요일은 휴일이라 오후 2시까지 메트로가 다니지 않는다. 중동의 이슬람 국가에서는 일요일이 아닌 금요일이 쉬는 날이다.
아침 일찍 도착했는데 다행히 얼리 체크인을 해줬다.
객실 내부는 힐튼 같은 느낌이다.
깔끔하고 넓고 기본적인 모든 가구를 다 갖추고 있다.
미니바 위에 무료 생수, 차, 커피가 준비되어 있다.
욕실은 충분히 넓고 깨끗하다.
휴일 아침부터 나가봤자 분명히 더운데 헤매기만 할 뿐 아침 먹을 장소를 찾기 어려울 거라 예상해서 그냥 호텔 조식을 먹기로 했다. 남편이 결제해서 얼마인지는 잊어버렸는데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메뉴 적당한 맛이었다.
식당 직원들이 두바이에서 그렇듯 인도 또는 파키스탄 사람들인데 역시 정식 서비스 교육을 받은 듯 세련된 매너에 친절은 기본이다.
호텔 루프탑 수영장
규모는 별로 크지 않지만
이 정도면 훌륭하다.
이른 오전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다.
조식을 먹고 객실에서 잠깐 쉰 후 밖에 나가기로 했다. 문제는 금요일 오전에 갈 곳이나 할 것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결국 비치에 가기로 하고 웨스트 베이의 쉐라톤 비치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수영복과 간단히 먹을 것, 물을 챙겨서 길을 나섰다. 와~ 햇살이 뜨겁다.
웨스트 베이는 도하의 북쪽에 위치한 신도시 구역이다. 카타르의 여러 정부 청사와 기업이 모인 곳으로 고층 빌딩이 늘어서 있는 오피스 밀집 지역이다. 인터넷 사진을 보면 야경이 무척 화려하다.
Al Chorniche 거리에서 보이는
도하 웨스트 베이의 스카이 라인
사막 위의 현대 도시 참 근사하다.
날씨가 끝내준다.
30도에 햇살이 작렬하지만
맞바람이 불어와
그렇게 덥지 않다.
아마 반대 방향에서 걸어왔다면
쓰러졌을 날씨다.
내일 독일로 돌아가면
유럽의 겨울이 기다리고 있으니
이 순간을 마음껏 즐기자!
웨스트 베이의 힐튼 비치에 가려고 했으나 비치 입장료가 굉장히 비쌌다. 하루 종일 머물 예정이면 몰라도 1-2시간만 있다 갈 건데. 시원하게 아이스커피 한 잔 마시고 다시 올드 타운 구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드디어 오후 2시가 되어
메트로를 타기로 했다.
1일 티켓이 6 카타르 리얄인데
한화로 약 2500원이다.
무지 저렴하네?
기름 부자국의 이미지에 걸맞게
깨끗하고 번쩍번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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